순간
순식간에
책장을 덮는
그 순간
탁,
사라진다.
사라졌다.
사라져간다.
자라지 않았다 주장한들, 나이는 먹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헛나이를 먹은 사람을 싫어하셨다. 책임감도 없고 등짐 짊어진 것도 없는 사람들. 사회의 적절하고 적당한 구성원이기를 거부한 사람들. 우리 아버지도 아웃사이더이셨다. 어머니를 만나 사회의 인사이더가 되셨다, 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어머니를 만나시고 나를 만나고 동생을 만나서 지켜야 할 것이 생기고 보니 사회의 구성원이지 않으면 많은 것이 불편하였다. 그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껏 지켜져왔다. 속된 말로 공주님으로 자랐다. 공주님 위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내가 나에게 함부로 했을 때도 부모님은 함부로 다루지 않으셨고 부모님께 받은 태도며 행동들이 타인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지켜주었다. 함부로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살고자 함은 아니다.
난 삶이 싫다.
싫어할래야 그럴 수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살은 내게 적절치 않다. 내게 있어 사회는 선택을 강요하는 곳이다. 돈을 택해야 하고 외면을 택해야 한다. 나를 혹은 너를 택해야 하고 여러 갈래길에서 갈팡질팡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어쩌면 부정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늘 생각하지만 믿지는 않는다. 내가 나의 말을 믿지 않아서 어쩌자는 것이냐, 물어도 나는 그 말을 그 마음을 믿을 수 없다. 나는 아무런 성공도 바라지 않고 아무런 도움도 받고싶지 않다. 지금까지 받은 도움들과 배려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삶이 싫다. 그래서 나도 싫다.